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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곁에 함께한다, 웹드라마

짧지만 강렬한 영상의 미학

이제는 책보다 스마트폰이 더 익숙한 일상, 우리는 지금 ‘디지털 네이티브’ 사회에 살고 있습니다. 길었던 하루를 마무리하고 집으로 돌아와 모처럼 가지는 여유시간을 즐거움으로 채워주는 요소가 있는데요, 바로 웹드라마입니다. ‘스낵 드라마’라고도 불리는 웹드라마는 ‘웹(web)’과 ‘드라마(drama)’를 합친 말로써 웹사이트에서 드라마를 상영한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죠.

영상 분량이 회당 10분에서 15분 내외로 대부분 짧다는 특징이 있고, 다루는 소재가 가벼운 편입니다. 또 지금까지 TV로 접했던 드라마와는 달리 넷플릭스, 유튜브, 페이스북 등 인터넷으로 영상을 제공하는 서비스 업체를 뜻하는 모바일 OTT(Over The Top) 플랫폼에 기반하여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자주 접하는 웹드라마, 제대로 알고 보면 더 재밌지 않을까요?

웹드라마, 언제부터?

여러분 모두 좋아하는 드라마 시간이 되면 설레는 마음으로 TV 앞에 앉아 즐겨봤던 경험이 있으실 겁니다. 저 역시 ‘본방사수’를 외치며 TV 리모컨을 손에서 놓지 않았던 애청자였는데요. 그런 드라마가 이제는 젊은 청년층들 사이에서 스마트폰으로 등하교와 출퇴근을 하는 대중교통 안에서, 또 잠들기 전 침대에서 가볍게 볼 수 있는,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는 영상 콘텐츠로 변화하고 있습니다.

웹드라마는 국내에서 2010년 처음 막을 올렸습니다. 웹드라마의 시초라고 할 수 있는 <할 수 있는 자가 구하라>를 비롯해서 여러 작품들이 등장하기 시작했죠. 하지만 무선 인터넷이 지금과 같이 발달되어 있지 않았던 당시에는 웹드라마 작품들이 많은 인기를 끌지 못했고 대중화로 이어지지는 못했습니다. 2017년에 이르러서야 본격적인 모바일 영상 스트리밍 서비스가 보편화되면서 웹드라마가 주목받기 시작했고 그 성장도 함께 이루어지기 시작합니다.

웹드라마에 열광하기 시작하다

날이 갈수록 그 몸집을 키워나가고 있는 웹드라마의 성장이 심상치 않습니다. 우리에게 웹드라마는 주로 짧은 영상 속에서 빠르고 긴박하게 전개되는 스토리를 소비할 수 있는 콘텐츠로 인식되고 있을 것입니다. 실제로 웹드라마는 비교적 짧은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적은 제작비와 대중으로부터 인지도가 낮은 배우 등으로 기존 TV 드라마들과는 달리 떨어지는 완성도로 비교되어 왔습니다.

하지만 뉴미디어의 발달로 지상파와 케이블 등의 기존 미디어 이용자들이 색다른 볼거리를 추구하면서 새로운 플랫폼이 형성되기 시작하죠. 웹드라마는 이러한 변화에 맞추어 정확한 타깃팅에 성공합니다. 리서치 기업인 ‘엠브레인’은 드라마를 시청하는 전국 만 16세~64세 1000명을 대상으로 한 TV 드라마와 웹드라마 시청 관련 설문조사에서, 3명 중 1명은 웹과 모바일로 드라마를 즐기는 편이라고 밝혔습니다.

그중에서도 웹드라마를 가장 열정적으로 소비하고 있는 계층은 10대를 비롯한 2030세대입니다. 저 역시 웹드라마의 매력에 푹 빠진 한 사람으로서, 흥미로운 에피소드를 보게 되면 댓글을 통해 지인들을 ‘태그’하거나 카카오톡으로 공유하곤 하는데요. 다양해진 모바일 환경을 통해 시간 제약 없이 주변 지인들에게 공유하며 실시간으로 함께 즐길 수 있다는 웹드라마의 특징이 타깃들의 입맛을 제대로 저격한 듯 보입니다.

알찬 구성과 다양한 장르의 시도

약 2년 전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연애 플레이리스트’(이하 연플리)를 기억하시는 분들이 있으실 겁니다. 대학 캠퍼스 라이프 속에서 주인공들이 펼쳐나가는 간지러운 사랑 스토리로 많은 시청자들을 울리고 웃겼던 ‘연애 플레이리스트’는 시즌 4까지 성공적으로 방영되며 대표적인 학원물 로맨스 웹드라마의 반열에 오릅니다.

‘에이틴’ 역시 고등학교를 배경으로 하는 청춘물로서 젊은 세대들의 뜨거운 사랑을 받았습니다. ‘연애 플레이리스트’와 ‘에이틴’은 유튜브 누적 재생수가 각각 4억 건, 3억 건을 돌파함으로써 웹드라마 학원물 로맨스 장르에 한 획을 그었고 이후로 많은 로맨스 작품들의 선구자 역할을 했습니다.

이런 작품들이 많은 관심을 받게 됨에 따라 신예은, 김동희, 정신혜와 같은 젊은 신인배우들 역시 탄탄한 팬덤을 이루며 라이징 스타로 이름을 알리게 되는 계기가 되었죠. 하이틴 로맨스 장르 이외에도 2018년 5월에 방영된 ‘하찮아도 괜찮아’는 사회 초년생이 피 터지게 치열한 세상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헤쳐나가는 평범한 ‘직딩’의 이야기를 다룬 오피스 물입니다. ‘직장인의 소개팅’, ‘회사에서 몰래 SNS 하는 법’, ‘직장인의 월급날’등 대한민국의 사회인들이라면 한 번쯤 겪었을 법한 에피소드들을 다루었는데요, 산전수전 다 겪으며 회사에 적응해가는 주인공의 모습을 보다 보면 어느새 같이 공감해주고 아파해주는 여러분들을 발견할 것이라 생각이 드네요.

이외에도 대학입시를 앞둔 딸과 엄마의 크고 작은 현실적인 대립을 다룬 ‘인 서울’, 연애와 결혼에 얽힌 장수 커플들의 현실적인 고민을 담은 ‘최고의 엔딩’ 등 낯설지만은 않은 소재의 장르들이 등장합니다. 현대인들과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주제로 우리에게 다가오는 웹드라마들, 이들을 통해 힘들었던 하루를 잠시 내려놓고 위로받으며 응원받을 수 있지 않을까요?

가볍지만은 않다

짧은 러닝타임이기에 가벼운 주제로 재미 전달이 목표인 웹드라마지만 전부 그렇지마는 않습니다. 평상시에 다루기 조심스러웠던 주제를 통해 재미는 물론 시의성까지 잡은 웹드라마들이 있습니다. 사회 곳곳에 스며든 차별에 대항하는 국가인권위원회 조사관들의 에피소드를 담은 웹드라마 ‘진정하세요’는 직장 내 성희롱, 청소년 인권, 군대 인권 등 다양한 인권침해 사례들을 맞닥뜨리는 인권위의 역할을 알리는 한편 인권이 존중받는 평등 사회로 향하는 길이 결코 쉽지 않음을 우리에게 시사합니다.

또한 처음 사회생활을 경험하게 된 청년들이 겪는 성차별과 부조리한 문제를 인식하고, 이를 극복하며 성장해나가는 이야기를 다룬 ‘좀 예민해도 괜찮아’는 캠퍼스 버전의 시즌 1이 많은 관심을 모으자 오피스 버전의 시즌 2를 선보였는데요. 이 웹드라마를 처음부터 끝까지 보면서 느낀 것은 ‘화장실 몰카 사건’, ‘단톡방 성희롱’, ‘미투 운동’과 같은 에피소드들이 우리 주변에서도 충분히 일어나고 있고 앞으로 일어날 수 있다는 것에 대한 착잡함이었습니다.

사회문제에 대한 메시지를 던지며 심각성을 일깨워 주려 하고 있는 웹드라마들이 계속 제작되고 있습니다. 여러분도 이런 작품들을 통해 대한민국 사회 내에 만연하게 존재하는 차별과 젠더 이슈 등의 고민거리에 관해 다시금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지게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메시지를 던지는 웹드라마

웹드라마는 제작비용 대비 홍보효과가 매우 크기 때문에 많은 기업과 공공기관들 역시 웹드라마 제작에 뛰어들고 있습니다. 이들은 흥미요소를 내포하는 웹드라마의 성격을 전달하는 동시에 자신들이 알리고자 하는 메시지를 스토리 속에 녹여냅니다. 웹드라마가 기업 이미지와 정부 정책을 대변하는 도구의 역할을 하는 셈이죠.

대표적인 기업형 웹드라마로 2018년 현대건설에서 제작하여 4부작으로 방영된 ‘설레는 직딩청춘, 현대건썰’이 있습니다. 당시 ‘하트시그널 시즌 2’ 송다은과 웹드라마 ‘연애포차’의 김해원 이외에도 실제 현대건설 직원들이 주연을 맡아 관심을 모았었습니다. 시작은 다른 웹드라마들과 다를 바 없었습니다. 부서 배치 첫날 신입사원이 겪게 되는 일반적인 실수담을 보여주면서 전형적인 오피스 물의 색깔을 띠고 있죠. 그러면서도 그 안에서 현대건설만의 기업문화를 녹여내며 ‘젊은 세대들이 건설회사에 대한 일반적인 선입견을 벗고 보다 친근한 이미지를 갖기 바란다’는 기획의도 메시지를 던져줍니다.

대통령의 직속기관인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에서도 웹드라마를 제작하여 화제를 모았죠. 윤종신, 조정치, 나르샤, 에디 킴 등을 주연으로 결혼, 출산, 육아에 대한 현실적인 고민과 사연을 갖고 있는 2030 세대들과의 공감과 교감을 위한 작품인 ‘I와 아이’를 통해 일방적인 정책 발표가 아닌 스토리텔링형 웹드라마라는 연결고리로 소통하려는 모습을 보여주며 긍정적인 반응을 이끌어냈습니다.

두 웹드라마의 공통점은 일방적으로 하고 싶은 말만 나열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현실의 고충을 충분히 이해하고 반영하면서 수용자들과 어떻게 하면 공감을 나눌 수 있을지 진지하게 고민했던 흔적을 확인할 수가 있죠. 딱딱하고 어렵게만 느껴졌던 기업문화와 정책들이, 웹드라마를 통해서라면 쉽게 다가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앞으로의 웹드라마는

TV 드라마들보다 기획에서부터 제작, 편집까지 소요되는 시간이 비교적 짧고 자유로운 주제가 특징인 웹드라마이기에 누구나 자신만의 시나리오를 기획에서 촬영하여 작품을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수많은 플랫폼에서 새로운 웹드라마가 연이어 쏟아져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자신이 감독이나 스텝으로, 혹은 배우로 제작에 참여하는 젊은 지망생들이 지금도 촬영에 임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열정 하나만으로 발 벗고 뛰는 젊은 인재들이 스스로를 성장시키고 알릴 수 있는 PR의 역할도 할 수 있죠.

하지만 너무 많은 작품들이 만들어지기에 실제로 많은 작품들이 빛을 보지 못하고 사라지기도 합니다. 저예산으로 제작되어 이렇다 할 수익구조가 없기 때문인데요. 또한 배우 섭외, 로케이션 섭외 등 TV 드라마들이 몇 달, 길게는 몇 년을 거쳐 준비하는 것을 짧은 시간 내에 최저 비용으로 만들어 나가다 보니, 연출을 포기하는 신(scene)이 생겨나고 그 안에서 제작자는 딜레마에 빠지곤 합니다. 영화와 드라마같이 스토리를 가지는 영상의 창작 과정이 얼마나 힘들고 많은 고민이 필요한지 보여주는 대목이죠.

하루빨리 미래의 대감독, 대배우를 꿈꾸는 이들이 가치를 인정받고 꿈을 꽃피울 수 있게 조력해주는 구조가 마련되고, 좋은 작품들이 수면 위로 떠오를 수 있도록 우리의 많은 관심과 애정 역시 필요해 보입니다.

웹드라마가 우리에게 시사하는 작은 메시지들, 어떠셨나요? 웹드라마의 발전은 앞으로도 무궁무진하며 꼭 필요한 부분입니다. 영상의 장르가 다양해진다는 것은 좋은 현상이니까요. 흔히 웹드라마를 ‘스낵컬처(Snack Culture)’라 부르죠. 짧은 러닝타임 때문일지도 모르겠지만 결코 그 내용마저 가볍다는 뜻은 아닐 것입니다.

앞으로 훨씬 다양한 시도와 실험들을 통해 웹드라마가 선사하는 새로운 미디어 시대를 보는 날도 머지않았다고 생각이 듭니다. 그런 의미에서 지금 하던 일 잠시 멈추고 웹드라마 한편 어떠신가요?

콘텐츠 크리에이터 - 양형석